육아일기/정보

정월대보름에 아빠가 들려준 무서운(?) 동화

필넷 2009. 2. 11. 10:21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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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월대보름날 집에 일찍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... 하필이면 그날이 야근이었습니다. 그날따라 저녁에 아이에게서 전화가 두번이나 왔습니다.  평소에는 거의 아이가 먼저 전화한 적이 없는데... 그날따라 아빠가 보고 싶은건지 ^^;;

나 : 서연아~, 아빠가 오늘 조금 늦게 들어가니까 저녁 많이 먹고 잘 놀고 있어~
아이 : (힘없이) 으~응
나 : 서연아~, 아빠가 이따가 뭐 사다줄까? 말해봐~
아이 : 초코렛우유
나 : 그래. 이따가 아빠가 초코렛우유 사갈께. 자지말고 기다려~어~

사자의 갈기를 이렇게 표현해 놓았네요. ^^

편의점에서 초코우유하고 전자렌지에 데워먹는 미니 피자 두개를 사들고서 11시가 되어서야 집에 귀가를 했습니다. 집에 들어서자마자 아이가 '아빠~' 하고 달려나옵니다. 그러고서는 바로 자기가 색칠놀이한 그림들을 자랑스럽게 보여주더군요. 거의 항상 그림을 그리면 사람 얼굴을 그리는데 오늘은 조금 달라졌더군요. 아마도 그래서 아빠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입니다.
전 처음에 또 사람얼굴을 그린 줄 알았습니다.

나 : 와~ 서연이가 아빠 얼굴을 그렸구나!!
아이 : 아니야!, 사자야. 사자~아~
나 : '어? 사자야? 그러고보니 정말 사자같네. 와~ 잘 그렸다아~

대충 옷을 갈아입고 뒤늦게 저녁을 먹는데 아이가 초코렛 우유를 사왔는지 물었습니다. '아!, 사왔지' 하면서 아이에게 꺼내어주면서 '늦었으니 미니피자는 내일 먹자~' 하면서 냉장고에 넣는데 아이가 지금 먹겠다고 하더군요. 그래서 하나는 꺼내서 전자렌지에 돌려주었는데 역시나 조금 먹고는 안먹더군요(결국 밥 다 먹고 제가 또... 이러니 배가 자꾸 나올 수 밖에 없는 듯... ^^;;) 그런대 잠시뒤에 다시 다른 피자를 달라고 떼쓰기 시작합니다. 그리고선 냉장고 문을 열고 다른 피자를 꺼내어들고 데워달라고 떼를 부립니다. 이때가 거의 12시가 다 되었을 무렵입니다. --;;

이제부터 아빠의 무서운 동화가 시작됩니다. ㅋㅋ

 나 : 서연아~, 밤에는 달이 뜨잖아? 그치? 그런대 오늘은 정월대보름이야. 그래서 밖에 달을 보면 둥그렇게 더 큰 달이 떠있어요.  그리고 정월대보름날에는 밤 12시가 되서 시계에서 '땡!~, 땡!~' 하면 달나라에서 도깨비가 내려와요. 그리고 말 안듣고 떼부리고 밥 안먹고 치카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잡아가요.

(참고로, 집에 커다란 자명종 시계가 있는데 정각이 되어서 자명종이 울릴 때마다 가끔 아이가 이렇게 물어봅니다)
아이 : 아빠~ (시계가) 뭐라고 그래?
나 : 응. '이제 밥 먹을 시간이야~' 하는거야 또는 '이제 코 잘 시간이야' 아니면 '이제 재밌게 놀 시간이야' 

아이 : (냉장고 손잡이를 잡고서서 약간 웅크리면서) 무서워~~
나 : (급! 상황을 바꾸어서) 그런대 서연이처럼 아빠 말 잘 듣고 밥 잘먹는 아이들은 안 데려가요. 알았지?
아이 : 무서워~~
나 : (이런~ --;;) 괜찮아. 아빠가 우리 서연이는 착하니까 못 데려가게 할께~ 알았지? ^^;;

아이에게 괜한 이야기를 했나 생각하면서 욕실에 가서 양치질을 하고 있는데 ....

아이 : 아빠~, 이거 무슨 피자야?
나 : 그거 새우피자야~, 그거는 내일 먹자~아~ 알았지?
아이 : (냉장고에 다시 넣어 놓고 오더니) 아빠~, 이거 내일 먹을꺼야. (현관문 쪽으로 소리치며) 도깨비야 오지마라!!. 아빠, 내일 먹으니까 도깨비 안와?
나 : ㅎㅎ 그럼 서연이처럼 말 잘 듣는 아이들은 도깨비가 안 잡아가요. 아이~ 우리 서연이 착해라. 아빠 말도 잘 듣고... 

이렇게 상황종료가 되었네요. 아이에게 괜한 무서운 이야기를 했나보다 생각했는데, 아무튼 원하는 방향으로 상황정리 되어서 실갱이가 없었네요. 대신 늦은 시간에 아이에게 책 한권 읽어주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. ^^;;

  * 이 포스트는 blogkorea [블코채널 : 필넷의 육아 이야기]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.     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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